秋史 사랑채

小癡 許鍊의 가르침에서의 평생 동행의 모습(9)

clara jeon 2020. 3. 7. 17:47

    허련은 노년 들어 추사 김정희 글씨를 판공으로 하여금 판각, 판각품을 판매, 이는 경제적인 궁핍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볼 수도 있으나(김상엽, 成均館大學校 大學院,[2002] 국내박사[소치 허련의 생애와 회화활동 연구],p31), 필자는 구한말 속화의 난무 속에서 오로지 문인화의 길에서 묵화만을 추구하던 소치의 스승에 대한 일편단심의 推仰, 추사의 書畫를 정리하여 山崇深海 스승의 뜻을 영구히 기리고자하는 神似의 함의로 解得한다. 80세에 허련은 만년의 작품을 모은 작품집 [老癡墨存]을 발간하였으며 원로임에도 작품을 창작하는 소치에게 고종은 헌종의 애호를 예우 부호군 동지중추부사를 제수하였다. 오롯한 문인화가의 여정으로 구한말 한 시대를 풍미한 방랑의 畵人 소치 허련은 1893년 타계, 그의 묘는 대흥사를 바라보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 묵객, 왕공사대부들과 교유하면서 한 평생을 보낸 소치 허련은 오직 붓 한 자루만 들고 꿈처럼 한 시대를 보내며 그 스스로도 그 모든 것이 한바탕 꿈이었다고 하여 그의 저서도 [夢緣錄]으로 제하였다(都美子,<小痴 許鍊의 山水畵>,[考古歷史學志], Vol.13-14 No.- [1998] 동아대학교p50).
    추사는 <인재설>에서 “하늘이 인재를 내리는 데 있어서는 애당초 南北이나 貴賤의 차이가 없으나, 누구는 이루고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하였다. 그리고 <적천리설>에서는 “지금 대체로 천리 길을 가는 자는 반드시 먼저 그 經路의 소재를 분변한 다음에야 발을 들어 걸어갈 뒷바침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 문을 나섰을 때에 당해서는 진실로 갈팡질팡 어디로 갈 줄을 모르므로, 반드시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라 하였는데 우선 이상적, 소치 허련, 그리고 [예림갑을록]에서의 제자들과의 스승으로서의 추사의 모습은 그가 주창한 두 설을 실사구시적으로 실행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추사는 남북, 귀천의 차이 없이 하늘이 내리는 인재를 발굴하는 금강안이 있어, 허련을 비롯한 [예림갑을록]의 중인 등을 신분차별이 여전한 조선 중. 후기에, 왕가의 친족인 권문세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문하에 받아들여, 동등한 인격적인 대우로 제자 나름의 특이한 성정대로 개성적인 세세한 가르침을 내렸다. 우선이나 소치, 그리고 고람, 우봉 등 이들은 조선후기, 사농공상의 신분 차별이 사회의 급속한 변화 양상으로 서서히 와해되어가는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신분차별이 여전한 儼然한 과도기에 평등한 신분의 길로 “막 문을 나섰을 때에 당해서는 진실로 갈팡질팡 어디로 갈 줄을 모르므로”의 신분계층이었을 것이다. 추사는 이들이 신분상은 천인이라 할지언정, 문기 있는 인재임을 알아보아 발굴하여 열정적인 가르침을 주었고, <인재설>에 의한 실사구시적인 교육은 일시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평생을 동반한 <적천리설>적인 현실적인 실현이었다. 즉 추사는 구한말의 신분차별의 붕괴를 내다보았고, 그 혼란기에 세상을 바르게 다스릴 수 있는 이들이 고루한 사대부 양반층이 아닌 民生의 상하를 아우를 수 있는, 중인들임을 예지하였다. 그러하다면 추사는 앞으로 조선 민중의 삶을 살필 이들 중인에게 인간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을 함양해야 함을, 구한말의 난세를 평정할 수 있는 학예인으로서 度量으로 심어주려고 하였을 것이다. 이 예견적인 실사의 교육은 추사의 제자와 그 후손들이 구한말에 開眼한 개화적인 활동, 구국의 결실을 맺었다.
    이장에서는 추사의 학예관의 지향은 당대는 물론 현대 교육문화관과도 일치함은 물론 미래관과도 공유되는 실사구시적인 실용적인 면이 있음을 논지하였다. 추사는 평생을 平心精氣 博學篤行, 法古創新의 격물치지의 자세로 학예를 섭렵, 성리학으로 정체, 매몰된 교육예술문화 풍토를 실사구시적인 삶의 가치를 지닌 교육문화로 탈바꿈하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추사가 살던 조선 후기의 교육문화 실태나 작금 상황, 科擧에 매달리는 儒生, 대학입시에 생을 거는 일시적인 학문태도로 인한 병폐, 교육의 弊端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은 더욱 심화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