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출세(10)

clara jeon 2018. 7. 6. 22:55

[조선왕조실록], <순조대왕실록>27권, 24년(1824 갑신 / 청 도광(道光) 4년) 9월 7일(병신) 1번째 기사.

영돈녕(領敦寧) 김조순(金祖淳)이 관서(關西)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니, 임금이 소견하였다. 김조순이 말하기를,

   "신이 이번 관서에 내려가 이미 백성들의 고통스러움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았으니, 다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도의 구환(舊還)이 경외(京外) 각 아문의 절미(折米)를 아울러 계산하면 6만 9천 3백여 석이 되는데, 그중 3만 9천여 석은 유망(流亡)한 호구에서 받아야 할 것이어서 지적해 받을 곳이 없으며, 2만 9천여 석은 현재 있는 호구에서 받을 것인데, 이른바 현재 남아 있는 호구라는 것은 바로 신미년 임신년의 난리 후에 미처 도망하지 못한 고아와 과부를 억지로 현재 있는 호구로 기록한 자들이니, 원호(元戶)와 비교할 수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법대로 징수해 받아들인다면 인족(隣族) 역시 조만간 화가 옮겨 올 것을 알기 때문에 의구(疑懼)하여 흩어질 마음을 두고 있으며, 심지어 풍년이라는 말을 원하지 않기까지 합니다. 이제 아무 이로움이 없는 빈 장부(帳簿)를 가지고서 포흠낸 환곡을 징수할 것으로 여겨 고할 곳 없는 자들로 하여금 더욱 독촉을 받게 하여 안도(安堵)했던 자들이 도리어 도망해 흩어지게 된다면 이미 차마 하지 못하는 정사가 아니며, 또 안정시키는 방도에 어긋납니다. 이는 묘당이나 방백이 경솔하게 거론할 것이 아니니, 신의 뜻으로는 주상께서 탕감하라고 특명하시어 한 도(道)의 잔민(殘民)과 실호(實戶)가 모두 조가에서 다친 사람을 돌보아 주듯이 하는 덕을 입을 수 있게 하면 사의(事宜)에 합당할 듯합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본도 영(營)의 각 창고에 적체(積滯)된 포흠(逋欠)이 자그마치 수십만 석에 이르러 영속(營屬)과 시민(市民)으로 갇힌 자가 매우 많은데, 그중에는 본디 그들이 농간하여 소비해 없앤 자도 있지만 시민들은 빚을 놓을 때 혹 잘 살피지 못한 것이며, 영속은 영송(迎送)하는 즈음에 혹 사세가 시급하여 허실(虛實)이 뒤섞이기도 하고 새것과 묵은 것이 서로 섞이기도 한 것입니다. 또 포안(逋案)에 기록된 이름이 절반은 도망하여 인족(隣族)이 의구(疑懼)하고 평민이 흩어졌습니다. 크게 바로잡아서 받을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받을 수 없는 것은 탕감해 준 연후에야 가난한 백성들이 안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환곡과 대동미의 수취체제의 폐단을 영돈녕(領敦寧) 김조순(金祖淳)이 순조에게 아뢴 [조선왕조실록], 순조 24년, 1824년 9월 7일 이 기록에서 국가 재정의 3대 요소인 전정(田政)·군정(軍政)·환정(還政 : 정부 보유 미곡의 대여 제도)이 이미 문란해져 그 弊害로 피폐해진 민들이 流浪民으로 轉落하는 등의 民間疾苦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실태는 2년 후인 순조 26년 6월 25일의 암행 규찰 후 올린 추사의 서계와 별단에서 충청우도의 貪官汚吏 多數의 명단을 보면 조선후기 지방행정관들의 비리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서계(書啓 : 보고서)와 별단(別單 : 부속문서)은 암행 규찰 후 왕에게 제출하는 서식으로 서계는 자신이 탐문한 군수·현감·만호·진장 등의 治積을 정밀히 기록한 문서이고, 별단은 규찰 한 읍폐민막의 개선책을 제시한 의견서로 자신의 정치적인 견문과 牧民으로서의 識見을 製述할 수 있어, 어사의 人間性을 평가하는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의 졸기의 “기품이 훤칠하고 기상이 온화하여 사람들과 이야기 할 때 모두를 즐겁게 했으나 義나 利 분변함에 이르러서는 번개와 칼끝으로 가르듯 의논이 분명하여 감히 막아선 자가 없었다.”기록의 추사의 성품, “義나 利 분변함에 이르러서는 번개와 칼끝으로 가르듯 의논이 분명하여 감히 막아선 자”가 없을 정도로 강직, 강경한 추사의 암행어사의 빈틈없는 임무 수행 모습을 아래의 서계에서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고 비리를 철저히 밝혀냄에서 확인할 수 있다.

'秋史 사랑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세(12)   (0) 2018.07.06
출세(11)   (0) 2018.07.06
출세(9)  (0) 2018.07.06
출세(8)  (0) 2018.07.06
출세(7)  (0) 2018.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