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출세(8)

clara jeon 2018. 7. 6. 22:46

    암행어사가 일반어사와 다른 점은 일반어사는 이조(吏曹)에서 임명하고 그 거동이 공개적인 것에 비해, 왕이 친히 임명할 뿐 아니라 그 임명과 행동을 비밀에 부친 점에서 특색이 있다. 비밀을 본질로 하는 특명사신 파견의 전례는 조선 초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왕이 어사가합인(御史可合人 : 어사후보자)의 추천을 명령하면 3의정(三議政)이 시종관안(侍從官案)을 놓고 가합인을 뽑아 초계(抄啓 : 선발해 아룀.)한다. 왕은 전국 360군현의 이름을 기입한 참댓가지가 들어 있는 죽통(竹筒 : 추첨통)에서 암행시찰할 군현을 뽑아 추첨으로 결정했는데, 이를 추생(抽栍)이라 불렀다. 그러므로 암행어사를 일명 추생어사(抽栍御史)라고도 불렀다. 왕의 소환으로 어전에 나온 어사가합인은 왕으로부터 추생한 군현의 이름이 기입된 봉서(封書)를 지급받고, 승정원에서 승지로부터 팔도어사재거사목(八道御史賫去事目) 한 권, 마패(馬牌) 한 개, 유척(鍮尺) 두 개를 지급받고 퇴궐한다.
봉서는 암행어사 임명장이나 다름없는데, 표면에 '도남대문외개탁(到南大門外開坼 : 남대문을 나간 뒤에 열어봄.)' 또는 '도동대문외개탁(到東大門外開坼 : 동대문을 나간 뒤에 열어봄.)'이라고 써 있었다. 어사는 이를 지정된 대문 밖에 나가 비로소 열어보고 임무를 확인한 뒤 목적지로 직행하였다. 마패는 역마 사용권을 부여하는 증패로 1마패에서부터 5마패까지 5종이 있었는데, 암행어사에게는 2마패가 지급되었다. 마패의 소지는 봉명사신(奉命使臣)임을 입증하는 것이므로 권력의 상징이었고, 어사의 봉고(封庫)나 처분문서(處分文書)에 마패를 날인해 직인으로 대용하였다. 유척은 영조척(營造尺)으로서, 형구(刑具)의 남조(濫造 : 권력을 남용해 만듦.) 여부를 검열하는 데 사용하였다. 암행어사는 명령을 받은 바로 그날 즉일 출발이 원칙이었다. 역마를 타고 한두 명의 대리(帶吏 : 곁에서 시중을 두는 하급 관리)를 데리고 목적지로 향하였다.
왕의 특명사신인 이들 암행어사는 관내에 들어가면 수령의 탐도혹형(貪饕酷刑)이나 향간호우(鄕奸豪右)의 가렴주구를 탐지하기 위해 폐의파립(弊衣破笠 : 남루한 옷과 찢어진 삿갓)으로 변장하고, 풍찬노숙風餐露宿 염문정찰(廉問偵察)하였다. 염찰을 마치고 생읍(栍邑 : 추생군현의 고을)에 들어가 수령의 관가에서 개좌(開坐 : 관가의 문을 열고 자리에 앉음.)하는 것을 출두라고 불렀다. 출두의 방법은 관가의 삼문(三門)을 역졸과 대리가 두드리면서 큰 소리로 '출두!'를 외치면, 암행어사는 잠적장소에서 유유히 관가로 행차해 수령과 이속들의 영접을 받으면서 동헌(東軒) 대청에 착석 개좌한다. 공문서의 검열을 번열(反閱)이라 하고, 관가창고의 검열을 번고(反庫)라 한다. 불법문서가 현착(現捉)되면 수령의 관인과 병부(兵符)를 압수하고 창고에 '封庫(봉고)' 두 자를 쓴 백지에 마패를 날인해 창고 문을 봉한다. 감옥에 수감된 죄수를 점검하고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재심해 풀어주고 체수(滯囚 : 죄가 결정되지 않아 오랫동안 감금된 죄수)를 풀어준다. 그리고 양민을 괴롭히는 향간호우를 적발 착수비관(捉囚秘關 : 어사발급의 영장)을 발급, 체포구금하고 처벌하였다. 또한, 원부(怨夫)·원부(怨婦)의 소지(所志 : 訴狀)나 정장(呈狀)을 접수하고, 제사(題辭 : 판결·처분)·입안(立案 : 증명문)·완문(完文 : 처분하는 문서) 등을 발행해 원한을 풀어주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배과사전] Daum, 2017-04-07 수록)

위의 인용을 보면 이들 암행어사는 왕의 近侍로서 비밀리에 발탁 임명된다고 해서 왕의 사적인 특명사신이 아니고, 지방 관부의 행정 감찰을 목적으로 公務를 수행하는 潛行的 행정 감독원임을 알 수 있다. 조선왕조의 정치 운용은 民을 우선으로 하는 民本的인 理想政治로 국왕에게로의 民意 上達을 위한 言路의 直結通路를 필요로 하였다. 중앙의 통치는 耳目之官들에 의해 가능하였지만 외방의 통치는 물리적인 거리로 전적으로 통제할 수가 없으므로 중앙집권적인 왕권을 안정, 강화하기 위한 지방 통제 정책으로 直斷權의 특권을 가진 어사제도를 실시하여 왕권을 대행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어사들은 지방행정의 실태와 민심의 動向을 파악하고 지방관의 不正索出과 業務橫暴 및 越權行爲를 암행 규찰하여 민심의 안정과 기강을 바로 잡아, 위로는 왕권을 안정 강화하고 민의 편에서는 민을 우선으로 하는 민본정치를 실현하는데 크게 이바지 하였다([조선조 암행어사의 제도],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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