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추사의 교육관과 현대적 의미화 <適千里說> - 서론 (1)

clara jeon 2019. 12. 26. 14:48



박학청논 適千里說 Ⅲ. 추사의 교육관과 현대적 의미화 서론 20191226.hwp


Ⅲ. 추사의 교육관과 현대적 의미화 <適千里說> - 서론 


 
지금 대체로 천 리 길을 가는 자는 반드시 먼저 그 經路의 소재를 分辨한 다음에야 발을 들어 걸어갈 뒷받침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막 문을 나섰을 때에 당해서는 진실로 갈팡질팡 어디로 갈 줄을 모르므로, 반드시 길을 아는 사람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마침 바르고 큰 길을 알려주고 또 굽은 길로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세히 가리켜주는 사람을 만났을 경우, 그 사람이 정성스럽게 일러주기를,
“그 굽은 길로 가면 반드시 가시밭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 바른 길로 가면 반드시 목적지를 가게 될 것이다.”
고 하리니, 그 사람의 말이야말로 성심을 다했다고 이를 수 있겠다. 그러나 의심이 많은 자는 머뭇거리며 과감히 믿지를 못하여 다시 딴 사람에게 물어보고 또 다시 딴 사람에게 묻곤 한다. 그러면 성심을 지닌 곁사람들은 모두 묻기를 기다리지도 않고서 그 길의 曲折을 빠짐없이 열거하여 나에게 일러주되, 오직 자신이 잘못 알았을까 염려해서 사람마다 모두 같은 말을 하도록 하기까지에 이르는데, 이 정도면 또한 충분히 믿고 뒤질세라 서둘러 길을 달려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 사람은 더욱 의심을 내어 생각하기를,
“나는 감히 남들이 모두 옳게 여긴 것을 따를 수 없고, 남들이 모두 그르게 여긴 것도 나는 또한 참으로 그른 줄을 모르겠으니, 나는 모름지기 직접 경험을 해보리라.”
하고서, 자기 마음대로 가다가 마침내는 함정에 빠져들어 구해낼 수 없게 되고 만다. 그러나 가사 종말에 가서야 자신의 미혹된 것을 깨닫고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이때는 또한 이미 시간을 허비하고 心力을 소모해버린 터라 자못 시간 여유가 없는 걱정이 있게 되는 것이니, 어떻게 하면 남들이 명백하게 일러준 말에 따라 힘써 행하여 功을 쉽게 거둘 수 있을까?



위의 글은 추사가 천 리 길을 가고자 할 때 어떠한 방법을 취해야 邪道로 들지 않을 것이라는 적확한 학예 經路의 道를 설한 <適千里說> 전문이다. 옹방강. 완원 등과의 사승관계에서 터득한 추사의 경험담 “배우는 방법에 대한 배움 learning how to learn?"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이라 推定된다.
      추사는 학문의 노정에서 학예인으로서 正反의 생각을 하고 의문을 갖고, 合의 결론에서 삶을 개선하여 바른 길, 直道以行의 삶의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중요성을 논지하였다. 학문은 반드시 의문을 일으켜야 하며 의문을 일으키지 않으면 얻어도 야물지가 않다學必要致疑不致疑得亦不固(이익,<中庸疾書後說>). 공부의 길이란 길의 모퉁이마다 매듭진 의문에 한 마디 한 마디 질문으로 매듭진 길을 연구의 천착으로 풀어내는 노정이다. 앎은 제대로 알고 똑바로 보고 분명히 살펴 전체를 알고자 하는 탐구, 의심으로 시작, 의문을 통해 단단해 져, 사람은 누구나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문제의 본질에 도달, 시행착오 없이는 앎도 없고 나도 없다([오직 독서뿐],정민,김영사,파주, 2013,p49-50). 즉 따지지 않고 덮어놓고 읽고 암기하는 공부, 추사의 <인재설>에서의 科擧의 폐단, 창의성이 필수인 4차 산업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위해, 單純無智 암기형의 문제풀이를 요구하는 초중등교육의 표준성취시험, 수능시험 등은 의문이 필요 없는, 실존의 삶에는 창의적으로도 실사구시적으로도 전혀 의미가 없어 삶의 질조차도 수준 이하로 하향하게 한다. 장학퀴즈에 등장하는 단답형에는 시행착오란 있을 수 없고 문제는 의심할 것도 없이 한 방에 “척척”, 수능 정시도 한 방으로 끝장을, 질문이 없고 토론도 없는 교실은 희망 없는 ‘따라지 좀비’들의 정리되지 않는 무덤, 암울하기만 하다. 왜 그토록 先祖 學人들은 “묻기”를 강조하였을까? 그 답은 작금의 대학 재학생들 행태에서 불거지고 있다. 문제풀이식 입시교육에 길들여져 읽기, 글쓰기, 수리적 사고 등의 기초학습 기능이나, 의사소통 능력, 사고력, 도덕적 품성, 시민적 책무성 등의 소양이 결여된 채로 대학에 입학([한국의 대학]-모순의 근원과 대안, 김영석, 경상대학:진주, 2019, p107),대학은 직업을 갖기 위한, 직업예비군의 집단 군락, 대학의 문화는 저질화로 하향의 길을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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