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추사의 평생배움에서의 家庭敎育- 5

clara jeon 2018. 9. 17. 17:24

저는 노쇠한 몸에 병이 찾아들어 의지가 갈수록 약해지는데 직무는 여전히 번잡해서 날마다 문서에 파묻혀 있습니다. 요사이 서울 가까운 곳에 집터를 구해서 조그마한 집을 하나 마련했는데 자못 장원의 풍모를 갖췄습니다. 연못을 바라보는 위치에 몇 칸을 지어서 ‘瓜地草堂’이라고 이름 했습니다. 봄이나 가을 휴가가 날 때 적당한 날을 가려 찾아가 지내면 작은 아취를 느낄만 해서 자못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합니다.
존대인의 글씨는 힘차고 예스러움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태산을 밀치 듯해서 마치 의젓한 사람과 고상한 인물을 본 듯합니다. 제가 근래 중국과 조선의 유명한 글씨들을 많이 보았습니다만 예스럽고 속기에서 확연히 벗어나, 그럴싸하게 보이려는 습성을 완전히 타파한 것으로는 존대인의 것 만한 게 없습니다. 心畫을 보면 평소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어서 숭모의 마음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보내주신 글씨를 집 안에 걸어두자 갑자기 산과 계곡에 빛을 발하고 남긴 기름에 향기가 넘쳐 바다 밖까지 영향을 미치게 하니 참으로 큰 것을 주셨습니다.
부탁하신 비문은 공사 간에 경황이 없어 바로 착수하지 못하였으며, 느리고 둔하다는 꾸중을 듣는다 해도 감히 경솔하게 응할 수가 없어 시간을 두고 엮어보려 하는데 양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蘭溪集]과 [井田碑]를 함께 보내드리며, [渤海考]와 [二十一都懷古詩]는 家兒가 일찍이 한 책을 베껴놓았으나 월정에게 보내드리고 남은 것은 없는 탓에 응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두 책은 사실과 맞지 않은 내용이 매우 많아 증거로 삼을 만한 자료가 못 됩니다. 해외의 특별한 이야기라 하여 꼭 갖고 싶으시면 다음에 부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宏慶碑]도 갖고 있는 탁본이 없으니 찾는 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밖에 古碑 몇 권을 보내니 살펴 거두시기 바랍니다. 부디 애써 자신을 돌보시고 아울러 안녕히 지내시길 빕니다. 이만 줄입니다.

    이 글을 읽은 守之 鄧傳密는 부친을 여윈 喪心에 위로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김노경의 친부와 같은 마음 씀 격려에 앞으로 삶의 進路에도 실마리를 찾았을 것이다. 추사가 추금 강위나 소치 허련 등의 제자에게 보낸 서간문들도 부친 김노경과 같은 정성, 자애, 가르침이 父傳子傳, 자상하다. 추사와 김노경의 서간문을 읽다보면, 김노경과 추사의 타인의 삶에 대한 사려 깊은 대인관계에서의 닮은 꼴은 이들 부자가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신뢰함을 기반으로 개인의 人性을 깊이 尊重하였음을 통찰할 수 있다. 김노경이 위의 서간문에서 鄧傳密의 개성과 인성을 守之 나름으로 존엄시하였듯이 추사를 양육함에 있어서도 당대의 전통적 대가족 제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부장적 권위로만 교육하지 않은 듯 하다. 이는 추사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추사는 학예 연찬에 있어서 法古 하였지만, 法에나 古에 얽매어 그 속에 경직되어진 고리타분한 창작이 아닌, 신선한 創新으로 자유롭게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의 詩書畵를 창출하였다. 때로는 참신한 작품들 그 행간에서는 심지어 여유로운 humor感覺도 읽을 수 있어, 작금의 후학들에게도 격의 없는 친구와 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도 한다. 이처럼 타인의 마음을 부드럽게,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배려는 부친의 인성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들은 同姓의 父의 행동을 관찰하여 그의 행동과 역할을 모방하는 Identification(同一視)이라는 과정에 의해서 父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을 정당하게 받아들이며, 또한 父는 아들에게 성공적인 행동을 하기 위해서 적절한 model로 제공해 주며 아들의 생애에 올바른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子女養育과 父의 役割>, 고인옥,김동연,정찬옥,홍성미, 家政學硏究, Vol.- No.3,1987, p.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