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추사 제주도위리안치 (윤상도의 탄핵 상소)- 19

clara jeon 2018. 8. 20. 18:57

대체로 고을마다 城의 크기는 고작 斗만한 정도였네. 鄭君이 먼저 가서 軍校인 宋啓純의 집을 얻어 여기에 머물게 되었는데, 이 집은 과연 邑 밑에서 약간 나은 집인데다 또한 꽤나 정밀하게 닦아놓았었네. 온돌방은 한 칸인데 남쪽으로 향하여 가느다란 툇마루가 있고, 동쪽으로는 작은 鼎廚가 있으며, 작은 정주의 북쪽에는 또 두 칸의 정주가 있고, 또 庫舍 한 칸이 있네. 이것은 外舍이고 또 內舍가 이와 같은 것이 있는데, 내사는 주인에게 예전대로 들어가 거처하도록 하였네. 다만 이미 외사는 절반으로 갈라서 한계를 나누어 놓아 손을 容接하기에 충분하고, 작은 정주를 장차 온돌방으로 개조한다면 손이나 하인 무리들이 또 거기에 들어가 거처할 수 있을 것인데, 이 일은 변통하기가 어렵지 않다고 하였네.
그리고 가시울타리를 둘러치는 일은 이 家屋의 터에 모양에 따라서 하였는데, 마당과 뜨락 사이에 또한 걸어다니고 밥 먹고 할 수가 있으니, 거처하는 곳은 내 분수에 지나치다 하겠네. 주인 또한 매우 순박하고 근신하여 참 좋으네. 조금도 괴로와하는 기색이 없는지라 매우 감탄하는 바이로세. 이 밖은 잗단 일들이야 설령 불편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어찌 그것을 감내할 방도가 없겠는가.
금오랑이 방금 回程에 올랐는데, 또 며칠이나 순풍을 기다려야할지 모르겠네. 집안 하인을 금오랑 편에 같이 내보면서 대략 이렇게 서신을 부치는데 어느 때나 과연 이 서신을 열어보게 될지 모르겠고, 집의 소식은 막연히 들어볼 방도가 없으므로 바라보며 애만 끊어질 뿐이로세. 아직 다 말하지 못하네.([완당전집>]1,與舍仲 命喜, 115-118)

    추사는 가시울타리를 둘러친 집에서 마당과 뜨락을 걸어 다닐 수 있어, 그리고 밥도 먹을 수 있으니, 더군다나 주인이 순박하고 조용한 인품이니 이 모든 상황이 자신의 분수에 지나치다하며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양의 권문세가의 사대부로 월성위궁에서 성장하고 중장년의 삶을 일군 추사의 담담한 듯 감내의 여유가 오히려 앞으로의 “푸른 바다 넓은 하늘에 한스러움만 끝없이 사무치는(碧海長天 限無窮己)” 처연한 유배의 삶을 감지하게 한다. 추사는 편지 서두에서 “이것은 나도 모르는 가운데 또 하나의 험난함과 평탄함을 경험한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였듯이 배를 삼켜버릴 듯 한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거칠고 사나운 풍세, 一觸卽發의 죽음에서 벗어난 옥사와 鞫問를 반추하며, “옥사가 일어나 말이 공에게 관련되어 의금부의 군졸들이 황급하게 움직이자, 공을 위해 걱정하는 이들이 모두 두렵게 여기었다. 그러나 공은 행동거지가 평소와 똑같았다”의 추사는, 배소에 스스로 가시 울타리를 치며, 어떤 極惡의 極寒 한계의 상황에서도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는, 至善의 直道以行으로 存天理去人慾의 한 인간으로서의 긍지와 사명을 剛氣하였을 것이다.
    추사는 1848년 헌종 14년, 12월 6일, 만 8년 3개월, 햇수로는 9년의 絶島 圍籬安置에서 放送되었다. 추사의 詩. 書. 畵 중 유배의 삶이 가장 赤裸裸하게 드러난 작품은 [歲寒圖]이다. [세한도]는 추사가 “못살포”로 지칭될 정도로 열악한 벽지, 제주도의 대정현에서의 “푸른 바다 넓은 하늘에 한스러움만 끝없이 사무치는(碧海長天 限無窮己)” 시련의 나날의 삶을 “歲寒”이라 하고 이 시절의 그림을 [세한도]라 이름 하였고, 그 뜻을 풀이하자면 추운(寒) 시절(歲)에 그려진 그림으로, 이를 설명하는 3백여 자의 해서체의 발문(跋文)에 보이듯이, [세한도]에는 『논어』 <자한> 편의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시들음이 늦음을 안다(歲寒然後松柏之後凋)의 심의(深意)가 침윤(浸潤)되어 있다.(필자 논문, [세한도]에 침윤(浸潤)된 미술 치유성 造形敎育, Vol.43, 2012) [세한도]의 발문에는 추사의 심지가 그려져 있는데, 추사가 碧海長天 限無窮己의 極限의 추운 현실을 非夫로서의 참담함을 博學篤行 平心精氣로 스스로를 다지며 浩然之氣로 극복하였는지를 행간의 침묵으로 읽을 수가 있다. 행간과 행간 사이에 그려진 神似에는 제주 토박이도 살지 못하겠다는 “못살포”의 그 모든 환경적 열악함과 끊임없는 병마와 내일의 희망이 꺽여진 채로 버려진 유배지에서의 정신적인 고뇌, 그 한계와의 싸움에서, 그 장애들을 비계(飛階)한 문자향(文字香)과 서권기(書卷氣)가 청고고아(淸高古雅)하게 배어있다. [세한도]는 선비 지조(志操)의 정체성을 단순한 집과 나무의 형상화로 고스란히 심화(深化)한 상징화(象徵畵)한 추사 김정희의 예술과 삶이 집약된, 당대 어느 누구도 견줄 수 없었던 그의 학문적 성취와, 남달리 파란만장했던 생애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인화이다.(필자 논문. [세한도]에 침윤(浸潤)된 미술 치유성,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