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 essay 3

그레고리안 성가와 영성

1. 들어가기 * * * 폭포 소리 뛰어넘어 온 대금 산조 목청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엉킨 실타래 같은 내 소갈머리를 저 땅 밑까지 끌어내려 져며들게 하다가 섬뜩 휘몰아쳐 씻어 내려 하늘 꼭대기에 티끌 없이 앉혀놓는 소리를. -拙詩, ‘강을 건넌 새는 말이 없다’ 부분 저, 울림들은 몇 세기의 시공간을 건너 내 마음을 잎파랑치게 한다. 밥을 먹다가, 설겆이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 잠을 자다가... 그 可視의 시간들 틈새를 넘어, 일상을 초월하게 하는 울림들은 내 심장을 그 메아리와 동일한 진동수로 울리고 비가시적인 그 분에게, 기도를 분향처럼 피어오르게 한다.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는 세이렌(Seien) 목소리의 유혹에 빠져 배를 엉뚱하게 몰지 못하도록 자기의 몸을 돛대에 묶게 만들..

전지희 essay 2023.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