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 essay

그레고리안 성가와 영성

clara jeon 2023. 6. 1. 20:51

 

 

 

1. 들어가기

 

* * *

 

폭포 소리 뛰어넘어 온 대금 산조 목청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엉킨 실타래 같은 내 소갈머리를 저 땅 밑까지 끌어내려 져며들게 하다가

섬뜩 휘몰아쳐 씻어 내려 하늘 꼭대기에 티끌 없이 앉혀놓는 소리를.

-拙詩, ‘강을 건넌 새는 말이 없다부분

 

 

 

, 울림들은 몇 세기의 시공간을 건너 내 마음을 잎파랑치게 한다.

밥을 먹다가, 설겆이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 잠을 자다가...

可視의 시간들 틈새를 넘어,

일상을 초월하게 하는 울림들은 내 심장을 그 메아리와 동일한 진동수로 울리고

비가시적인 그 분에게, 기도를 분향처럼 피어오르게 한다.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는 세이렌(Seien) 목소리의 유혹에 빠져 배를 엉뚱하게 몰지 못하도록 자기의 몸을 돛대에 묶게 만들어 놓고, 노랫소리를 들었다 한다.1)

황홀경(exstasis)‘ex’는 바깥을 의미하고 ‘stasis'서 있다를 의미한다. 소리가 당신을 당신 바깥에 세워둔다. 그 능력이 단순한 기쁨 차원을 넘고 미의 영역도 초월하는 소리, 우리가 늘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메아리가 사라질 때까지도 이해 할 수 없던 진실들을 드러내는 소리.2)

 

지금, 들려오는 노래들은 나를 현실의 시간, 그 바깥에 우뚝 멈추게 하고 그 목소리의 울림의 성스러움으로 오래도록 서 있게, 내 발걸음을 묶고 있다.

창 밖의 하늘, 끝없는 둥근 천장으로 두 팔 벌린 음표를 달고 무한정 올리고 있는 그 분에게로의 和音.

 

그러나 다시, 그들은

지금 흐르는 시간들로 나를 되돌이켜, 우물 속을 들여다보게 하며,

삶의 파장을 성스러움으로 삮여주고 그 메아리에 나를 뉘이게 하고, 고개 숙임과 잔잔함과 평화를 길들이고 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은 새이며 반은 사람인 마녀.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하여 난파시켰다고 한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아이아이아와 스킬라의 바위섬들 사이에 있는 서쪽 바다의 한 섬에 2명의 세이렌이 살았다고 하는데, 그리스 영웅 오디세우스는 그 바위섬을 지날 때, 마녀 키르케의 조언에 따라 선원들의 귓구멍을 밀랍으로 막아 세이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게 함으로써 위험을 벗어났으나, 그 자신은 유혹에 빠져 배를 엉뚱하게 몰지 못하도록 자기의 몸을 돛대에 묶게 하고서 노랫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2)로베르 주르뎅, 채현경.최재천 옮김,[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궁리, 2002, 19page.

 

그레고리안 성가와 영성.hwp
0.07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