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희 essay

구석기 동굴벽화

clara jeon 2020. 2. 6. 21:37

 


구석시대의 동굴벽화.HWP


*그들, Numan 속으로

 

 

아무리 훌륭한 예술가도

돌 속에 숨어 있지 않는 것을

창조하지는 못한다.

대리석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것을

그는 손으로 창조한다.

마음과 명상이 시키는 대로

-미켈란젤로-

 

 

나의 시야에 펼쳐진 무질서한 풍경 가운데도 그 그림의 발달의 역사는 그를 구성하는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바위들의 형태들에 無心히 내재되어 있다.

그들의 변형되어 온 침묵의 흐름들, 그 흐름들에 배어있는 인간의 비밀스런 손길....

 

나는 지금으로부터 약 5백만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한 조상을 가진 인간이라고 한다.

5백만 년 전.....이 실감 나지 않는 수치 속에 들이밀어보는 2003, 나는 무심히 모른다.

5백만년을 흘러내려온 나의 피 흐름 속을,

 

그러나, 작금의 우리의 조상이라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약 3만년 전에 어둠 속에서 가물거리는 등촉을 밝히며 그렸다는

그림의 선에서 면에서 형태들과 흔들리며 다가오는 그들의 영혼의 몇겹의 울림 속에서,

나는 直觀한다.

그 깊고 은밀한 피의 내면에의 무한한 존재 근원을, 원초적인 본질을

 

나는 그림을 그린다.

나는 늘, 배고픈 그리움에 가물거리며 흔들리며, 사유하며, 선을 그리고 점을 흘리며, 형태들을 캔버스에 직립시킨다. 그리고, 그처럼 꼿꼿해진 심층들에 색색을 입히곤 포만한 채로 잠이 든다.

 

내가 화폭에서 죽이는 것은 무엇일까? 살려내고 싶은 원초의 동물은 무엇일까?

 

깊고 내밀히 은폐되어 나의 무의식의 심층, 그 원초적 본질의 뜨거운 심장은 투명한 울림으로 Numan 속으로 달음박질하여 그윽히 어둠한 신의 집에서 영원하고 싶은 건 아닐까?

 

나는 저 3만년의 시간의 다리를 건너, 그들의 영혼들에 이끌려 그들의 삶에 침묵의 먹빛을 불어내며 네가티브한 나의 손길을 남기고 싶다.

 

 

*동굴 속에서

 

단아하고 거칠고 생동거리는 몇겹의 선들의 울림으로 탄생과 죽음과 재생의 마법을 부르는 이 속은 등촉을 밝히면 野生思惟들이 그윽한 어두움으로 내 안으로 내재되어 온다.

 

3만년의 시간의 다리를 건너 내 앞에서 달리는, 멈추는, 신음하는 이 동물들과 날아다니는 새들의 너울을 쓰고 춤추는 인간들,

 

이들은 왜 이 속에서 무리지어 그 날의 소리를 울려내고 있는가?

 

두 발을 카오스의 대지 위에 디딘 호모 에렉투스, 그리고 인류의 영혼의 노래를 동굴 벽에 남긴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그들이 카오스의 대지에 건강한 두 발을 딛고 바라 본

하늘의 별과 달, 강물,

그리고 산과 들을, 그 속을 뛰어다니는,

, 비종들소, 염소, 사슴, 메머드, 순록, , 사자, 코뿔소, 물고기, 메가세로스, 올빼미, 늑대, 여우, 사이가 영양, 족제비, , 바다표법, 고라니, 당나귀,

 

자연의 이 광대변화무쌍함 속에서, 그러나, 또 한 먹히고 먹어야하는,

때론 영원히 다정하고 때론, 이 모두를 한 순간에 부수어버리는 이 精靈들의 평화와 공포의 하모니.

 

이 모두가 氣運生動하는 원초적 어울림의 카오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참으로 무섭고 그러나 애지중지한 사랑스런 친구 정령들, 그들의 삶과 죽음, 원초적인 본능의 율동을 어딘가에 영원히 가만히 풀어놔주어야했다.

 

친구들과의 本質的인 사랑의 영혼이 숨쉴 수 있는,

성스러운 생명이 잉태되는 곳, 그들과 그들의 정령들이 탄생하고 죽고 재생하는 은밀스런 비밀이 환기되어지는 그윽한 성소,

 

대지의 어머니 그 자궁, 낮동안의 한바탕의 단발마의 비명과 피와 빛의 율동이 그윽한 어둠에 나른히 숨쉬며 풀어지는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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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시대의 동굴벽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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