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추사가의 세 번째 家禍: 추사 <강상시절과 북청유배> - 1

clara jeon 2018. 8. 27. 18:45


추사가 가화3 강상시절 북청유배.hwp


추사가의 세 번째 家禍 

<강상시절과 북청유배>

  

   64세 추사가 귀양살이에서 풀려나 북청으로 다시 유배를 가기 전까지 2년 반 동안의 삶이 어떠하였는지는 추사의 편년사 중 거의 공백으로 비어 있고 조사된 것도, 알려진 것도 없으며, 심지어 어디에서 살았는지조차 확인된 게 없으나, 제주도 유배시절 끝 무렵에 월성위궁은 안동 김씨에게 넘어갔다고 하니, 예산 향저로 돌아왔다고 본다.([완당평전]1. p527-531)그러나 예산 향저는 9년 여 간의 귀양을 사는 동안 관리가 소홀하여 피폐해져, 제자 홍현보에게 보낸 서간에 의하면 예산의 향저를 정리하고 三湖라는 곳에 허름한 집을 마련하여 “시골에 있던 권속들이 모여 지낼 수 있으나...생각하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웃음만 절로 나오네.”([완당전집]卷四,<書牘>,與洪君顯普, p113)한 것으로 보아, “三湖” 강상집은 노량진 건너편 강북 쪽 日休亭으로 한강변에 새 삶의 터전을 마련 것으로 추정되어진다.

    이 곳 삼호에서의 추사 삶의 軌跡은 공백으로 비어 있으나, [완당평전]의 저자 유홍준은 추사 편년사의 공백을 추사 특유 雅號로 이 시기의 삶을 추적하였다. 추사는 항상 그때의 상황, 그때의 심정, 그때에 서정에 따라 아호를 짓고 그것을 관지로 나타내곤 하였는데 그렇게 사용한 아호, 관지, 圖印에 씌어있는 글귀는 무려 200개가 넘는다.(완당평전1. p532) 이들 아호에는 깊은 의미와 내력이 있어 추사의 사상과 서정이 고여 있는데, 추사와 완당은 기본이고 자신이 거처와 글과 연관지어 禮堂. 詩庵. 實事求是齋. 小蓬萊學人, 불교와 인연을 나타낸 天竺古先生. 靜禪. 佛奴. 非佛非仙, 청나라 학자들과의 만남으로 얻은 寶覃齋. 阮堂, 차와의 인연으로 나타낸 勝蓮. 勝雪道人. 苦茶老人, 그리고 그 말뜻의 오묘함으로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無用道人. 放情丘壑. 梅花舊主. 沈思翰藻, 평범성에서 특수성을 끌어내는 경지로 허허로움조차 느끼게 하는 70세 때는 果川에 산다고 果七十. 그 이듬해 71세에도 과천사람이라는 七十一果, 그 외에 아주 특이한 아호 중에는 七十二鷗草堂과 三十六鷗草堂이 있는데 七十二는 옛사람이 사물이 많음을 가리킬 때라 하니, 칠십이는 강상에 백구가 셀 수 없이 많이 날아들었을 때였을 것이고, 삽십육은 칠십이의 절반이니 이때는 백구가 반 정도 성기게 날아들었던 모양으로 추사의 유머 감각이 웃음이 절로 나게 한다.([완당평전]1. p536)

추사의 특유하고도 다양한 雅號는 추사 작품 연대를 추적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는데, 다음 서간은 강상시절 七十二鷗草堂과 三十六鷗草堂와 함께 쓴 老湖라는 아호를 쓴 편지글이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추사에게 제사상에 필요한 물품을 보내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충청도 황간의 현감이 재직하고 있는 황간 관아로 보낸 감사의 글로 강상에서 추사의 일상을 읽을 수 있다.

  

   지난번 주신 편지에 대해 답장도 못했는데, 나중에 보내신 편지가 계속해서 왔습니다. 골짜기의 구름이 한바탕 사라지나 완연히 지척 간에 있는 듯합니다. 연말이 다가와서 그런지 추위가 특히 심합니다. 편지를 받은 지 며칠 되었습니다. 심한 추위에 잘 지내시리라 생 각합니다. 지방에 수령으로 계시면서 부모님 모시고 잘 지내신다고 하니 부러움이 끝이 없습니다......

행정을 보는 어려움도 점점 익숙해지리라 봅니다. 하급 관리는 들판의 기러기 같고, 백성들은 산의 사슴과도 같습니다. 제각각 그 성질을 길들여야 하는데 진실과 신뢰 그리고 믿음으로 교화해야 합니다. .....

저는 여전히 고루하게 지내면서 아직도 강상에 머물고 있는데 추위가 심해 갑자기 돌아가지는 못하겠습니다. 고질병과 새롭게 얻은 병이 교대로 침범하니 딱한 노릇입니다.

근래 보내주신 祭需는 삼가 잘 받았습니다. 강가 집에서 지낸 이래로 제사에 쓸 음식을 도움받는 것은 이것이 처음이라 더욱 보기 드문 일이고 놀랍습니다. 지난번에 보내주신 것과 지금 또 보내주신 것은 일일이 확인하고 받았습니다. 이것들이 당신의 俸祿에서 나왔다고 하니 더욱 뜻이 각별함을 알겠습니다. ......

눈이 침침하여 글쓰기가 힘듭니다. 기유년(1849) 12월 20일 종(從, 秋史) 씀.([완당평전]2,p538-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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