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추사 제주도위리안치 (윤상도의 탄핵 상소)- 3

clara jeon 2018. 8. 20. 17:37

이로 미루어보면 그의 음모(陰謀)와 간계(奸計)가 이르지 않는 바가 없으며, 거리에서 하는 이야기와 골목에서 하는 말들이 거짓말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숨기는 것보다 더 드러나는 것이 없으며 많은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바이고 모두들 죽이는 것이 가하다고 말하니, 많은 사람의 입은 막기 어렵습니다.
아! 저 유상량은 국가의 두터운 은혜를 받아 외직(外職)으로 나가서는 곤수(閫帥)로, 내직(內職)으로 들어와서는 대장(大將)이 되었으니 관작(官爵)은 높고 영화는 극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니 힘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여 만에 하나라도 은혜를 보답하려고 하여야 마땅한데, 나가서는 주민들이 피와 땀을 흘려 모은 재물을 빼앗아 기이한 보화와 특이한 산물을 수레와 말에다 실어 나르느라 도로에 끊임없이 잇달았으며, 들어와서는 막중한 공화(公貨)를 문을 열어두고 난만하게 사용하면서 계책을 권신(權臣)에게 아첨하는 데 두었으니, 그 죄는 하늘을 속이는 데 관계가 됩니다. 그리고 또 한 세대에서 눈으로 본 것을 가지고 말한다면 약현(藥峴)에다 넓은 집을 지었으니 이것은 누구의 집이며, 영(營)에서 저축한 청동(靑銅)을 모두 써버렸는데, 이것은 어떤 등류의 재물입니까? 눈에는 군부(君父)가 없으며 권간(權奸)과는 폐부처럼 체결하였으니, 그 설시(設施)를 추구하면 역시 무슨 마음에서이겠습니까? 그가 악행을 저지른 것이 시간이 부족하여 그의 요망스러운 자식을 제마음대로 하도록 놓아 두어 그 교활하고 간특함을 행하게 하여 방자함이 거리낌이 없이 하지 않는 바가 없었으니, 저도 역시 사람인데 어찌 차마 인신(人臣)으로서 하지 못할 일을 한단 말입니까?
아! 저 세 흉인(凶人)의 죄를 이루 주벌(誅罰)할 수 있겠습니까? 대체로 그 설계가 음험하고 없던 일을 새로 생각하는 것이 간특하여, 스스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바 입장이니, 누가 있어 그것을 알겠는가고 여기며,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는 바 일을 누가 있어 그것을 말하겠는가고 여겨 몰래 다른 사람들이 차마 하지 못하는 계획을 행하고, 다른 사람이 감히 말하지 못하는 일을 제멋대로 행하니, 이는 진실로 전고(前古)의 간신(奸臣)과 소인(小人)에게도 있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그의 마음을 끝까지 캐어보면 조금을 베더라도 아까울 것이 없으며, 그 죄를 성토한다면 만번 죽여도 오히려 가볍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신의 이 글을 삼사(三司)에 내려서 만일 신의 말이 털끝만큼이라도 허위가 있으면 신은 당연히 다른 사람을 무함(誣陷)한 죄에 복주(伏誅)되어야 할 것이며, 신의 말이 정말 허망(虛妄)한 것이 아니라면 박종훈·신위·유상량에게 빨리 처분을 내려 모두 해당 형률(刑律)을 시행하게 하소서."

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비답하기를,

"그대는 당장 처분하겠다."

하고, 또 하교하기를,

"인심이 아무리 함닉(陷溺)되었다 하더라도 오히려 일분의 반푼 정도는 엄하게 두려워하며 꺼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른바 윤상도(尹尙度)란 자는 홀로 조선(朝鮮)의 신자(臣子)가 아닌가? 그가 세 사람에 대하여 논한 내용이 극도로 음험하고 참담하였으며 심지어 다른 사람이 차마 하지 못할 바를 하였다고 말하였는데, 이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저와 같이 시골 구석의 어리석은 부류가 어떻게 스스로 분별할 수 있었겠는가? 반드시 헤아리기는 어렵지만 지휘하고 시키는 사람이 있어서 시기를 틈타 반란을 선동하려는 계획을 하였을 터이니, 진실로 엄중히 국문(鞫問)하여 실정을 알아내어 인심을 바로잡고 간사한 말을 그치도록 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하지만 여러 차례 생각하고 헤아려 보았으나 색언(索言)을 하려고 않는 것은 도리어 사면(事面)을 손상시키는 것이니, 우선 가벼운 법을 따라 윤상도를 추자도(楸子島)에다 정배(定配)하게 하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