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史 사랑채

추사 제주도위리안치 (윤상도의 탄핵 상소)- 7

clara jeon 2018. 8. 20. 17:54

이제 전하께서는 말을 달려 사냥하는 일이나 풍악을 즐기는 일이 없으시니, 성지(聖志)를 어지럽혀 성학(聖學)을 방해하는 것은 오로지 강학(講學)을 부지런히 하지 않고 강관(講官)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당(唐)나라의 구사량(仇士良)이 그 무리에게 고하기를, ‘천자를 한가하게 하여서는 안된다. 사치로 그 이목을 즐겁게 하여 다시 다른 일에 미칠 겨를이 없게 한 후에야 우리들이 득지(得志)할 것이니, 글을 읽거나 유생(儒生)을 가까이하지 말도록 삼가라. 그가 전대의 흥망을 보고 마음속으로 근심하고 두려워할 줄 알면 우리들을 멀리하여 배척할 것이다.’ 하니, 그 무리가 배사(拜謝)하였습니다. 오직 이 몇 마디 말이 곧 그들이 정신을 전하고 방법을 지키는 것인데, 고금이 똑같으니, 아아! 또한 두려워할 만합니다. 저들은 임금이 글을 읽어 사리에 밝으면, 저희들이 배척받으리라는 것을 아나, 임금이 글을 읽지 않아서 사리에 밝지 못하면 그 나라가 따라서 망하여 저희들이 득지할 바탕이 없다는 것은 몰랐습니다. 그렇다면 지혜로운 듯하나 실상 매우 어리석어서 제나라를 헤치고 제 몸에 화를 입히기에 알맞을 뿐입니다. 오직 우리 성조(聖朝)의 가법(家法)은 이보다 더욱 엄하므로, 그들이 그 복을 오래 누리는 것은 참으로 이에 힘입은 것입니다. 몇 해 전부터 중관(中官)에게 가자(加資)하는 명이 여러 번 내렸다는 말을 들었는데, 신이 외람되게 전임(銓任)에 있게 되어서는 과연 하비(下批)하신 일이 여러 번인데, 혹 한 번에 두세 사람에 이르도록 많았던 것을 보았습니다. 이들에게 무슨 기록할 만한 노고가 있다고 한 번 찌푸리고 한 번 웃는 것을 아끼지 않는 일을 시작하여 그만두지 않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지나치게 은총을 내려 외람된 조짐을 열면, 국가의 행복에 매우 어긋나서 저들로 인한 재앙은 이보다 심한 것이 없을 것입니다. 진실로 신의 말이 옳지 않다면, 충애(忠愛)의 정성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경솔한 죄를 받아 마땅하겠으나, 혹 이로 인하여 매우 경계하고 반성하여 성지(聖志)를 분발하고 강학(講學)을 부지런히 해서 이쪽이 나아가면 저쪽이 물러가고 음과 양이 서로 사라지고 자라는 도리를 살피신다면, 신은 만 번 죽더라도 한스럽고 애석할 것이 없고, 뭇 신하도 의혹하고 근심하는 것이 따라서 없어질 것입니다.
대저 국가에 의리가 있는 것은 사람의 몸에 혈기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혈기가 퍼지지 않으면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고 의리가 밝지 않으면 나라가 나라다울 수 없는데, 의리라는 것은 충역(忠逆)의 분별에 엄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임금에게 무례한 자를 보면 매가 참새를 쫓듯이 한다.’ 하였습니다. 이제 무례할 뿐만 아니라 감히 막중한 데에 대하여 무함하여 핍박하고도 혹 천지 사이에서 살고 혹 집에서 누워 죽는 자가 있으니, 바로 윤상도(尹尙度)·김노경(金魯敬)입니다. 천하에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아아! 두 역적이 천지에 사무치는 죄는 전하께서 어린 나이 대에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미처 환히 굽어살피지 못하셨습니까? 또는 김노경이 이미 사유(赦宥)받아 온 집안이 여전한 것은 뒤좇아 다스릴 수 없다고 생각하시고, 윤상도에 대한 대각(臺閣)의 계청(啓請)도 다른 죄인에 대한 계사(啓辭)를 옛 문서에서 베껴 전한 것이라 하여 한결같이 윤허하지 않는 비답(批答)을 내리셨습니까? 이것은 전하를 위하여 한 번 아뢰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아아! 윤상도는 시골의 미천한 무리인데 그 말이 함부로 범한 바가 지극히 참람하고, 김노경은 조정의 영현(榮顯)한 신하인데 그 죄안(罪案)에 분명하게 나타난 것이 부도(不道)합니다. 전후에 성토(聲討)하여 상소하고 계청한 데에 흉악하고 도리에 어그러진 속마음이 남김 없이 드러났으므로, 신은 다시 나열할 수 없습니다마는, 오로지 우리 순조(純祖)께서 그 정상을 깊이 살피셨습니다. 윤상도를 처분할 때에는 혹, ‘혼자 조선의 신하가 아닌가?’ 하시기도 하고, ‘엄히 국문(鞫問)해서 실정을 알아내어 인심을 바로잡고 사설(邪說)을 종식시켜야 진실로 마땅하다.’ 하시기도 하였으니, 이는 순조께서 그 지극히 비참한 정상을 살피신 것입니다. 마지막에는 여러 번 생각을 돌이켜서 죄다 말하여 도리어 일의 체면을 손상하고 싶지 않으므로 우선 죄가 의심스러우면 가볍게 벌하는 법을 따른다고 하교하셨으니, 성의(聖意)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우러러 알 수 있습니다. 김노경을 처분할 때에는 혹, ‘죄안이 하나뿐이라도 주벌(誅罰)을 면할 수 없는데, 더구나 두 죄안이 아울러 있는 자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