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icure on glass,
<우리는 아파도 핀다>
- 파수꾼들에게
우리는 아파도 핀다.
올 봄 내내
스산한
꽃샘에 황사에
추위에 바람에
연두빛 새싹
여린 손가락 시려도
우리는 몸살로 살아
이처럼 핀다.
귓가를 스쳐지나는
황사의 언뜻한 오물들의
바람 소리
꽃술 한 가닥 쯤이 흔들려도
꽃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한 잎
한 잎 피어나
향기를 너에게 준다.
우리는 아파도
아파도
꽃잎들의 신음 소리로 핀다
꽃샘에
황사에
깝치는 졸부의 적선
비릿한 몇 푼에
한 꽃잎 빙긋이 웃고
세상 잡것들 눈엔
흔들린다
흔들린다
향기가 나네
너와 나
함께
스스로의 정결한 몸짓으로
우리는 핀다.
새벽하늘 청회색을 물리며
아침 햇살 속에서
저녁 노을 속에서
이렇게
너와 나
아파하며
피고야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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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림:전지희cl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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